2000년 3월, 초보 마법사의 1킬 대소동

2000년 3월, 초보 마법사의 1킬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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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팝리니지를 통해 빠르게 퍼진 ‘초보 마법사 1킬 사건’은 단순한 우연이 어떻게 서버 전체를 웃음바다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어느 신생 유저가 레벨 10짜리 마법사 캐릭터로 처음으로 필드에 나왔다. 마법도 변변치 않았고, 장비는 고블린이 떨군 낡은 로브 한 벌이 전부였다.

그는 사냥 연습 삼아 말하는 섬 근처를 배회하던 중, 마법 연습용으로 "에너지 볼트"를 연속 시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갑자기 피가 거의 남지 않은 상위 혈맹 유저 한 명이 순간이동으로 해당 좌표에 떨어졌다. 눈 깜짝할 새, 그의 에너지 볼트가 그 유저에게 명중했고, 기적적으로 킬이 떠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본인조차 믿지 못했다. 팝리니지에는 “초보 마법사, 전설의 1킬 찍음”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수많은 유저들이 “헛소리 작작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곧 킬로그 스크린샷이 올라오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진짜로, 레벨 10 마법사가 서버 상위권 유저를 쓰러뜨린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쓰러진 유저는 명성이 높은 ‘칼날비’ 혈맹의 부군주였고, 그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어이없어 “내가 리니지를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는 글을 팝리니지에 직접 올렸다. 이후 해당 마법사는 하루 아침에 유명 인사가 되었고, 유저들은 그를 ‘전설의 초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몇몇 유저는 그 마법사의 행운을 믿고 “같은 자리에서 에너지 볼트를 쏘면 나도 전설이 될 수 있냐?”며 따라 했고, 말하는 섬은 갑자기 에너지 볼트가 난무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팝리니지에는 “전설의 자리 인증합니다”라는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고, 몇몇은 거기에 꽃도 바치며 성지로 만들어버렸다.

그 마법사는 이후에도 계속 게임을 이어갔지만, 유저들 사이에선 절대 사라지지 않는 아이콘으로 남았다. 누군가 실수로 강자를 이기면 “그거 전설의 초보각이다”라는 말이 나왔고, 심지어 서버 기념 영상에서도 그의 1킬 장면이 포함되었다.

지금도 리니지를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 중엔 말하는 섬에서 에너지 볼트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혹시 아냐, 나도 팝리니지에 올라갈지.”
“전설은 의외로, 평범한 마법에서 시작되거든.”